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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산과 공짜 맥주 - (제64호. 2007.06.15)
 정용찬(2009-06-28 11:33:38, Hit :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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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찬 연구위원


연 2주째 관악산에 올랐다. 무슨 작심을 하고 찾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늦둥이가 태어난 이후 주말은 가족과 함께 지낼 유일한 시간이었고, 가족나들이로 갈만한 곳을 찾다보니 어린이대공원이라든지 일산 호수공원과 같은 곳이 본의 아니게 즐겨 찾는 곳으로 되었다. 그나마 우리 동네 뒷산인 용왕산-뒷산치고는 이름이 거하다-을 빼고는 기회 닿는 대로 찾은 청계산이 등산의 전부다. 아이가 돌도 되기 전부터 업고 오른 청계산은 서울대공원을 통해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타는 정도라 등산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다소 어색하고 싱겁긴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세살 먹은 아이와 함께 다니기엔 그만한 곳도 없다.




그런데 2주 연속 연주암 바위를 껴안으며 산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아이와 아내가 미국에 사는 동서네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찾아온 해방감에 어찌할 줄 몰라 하다가 일요일이면 관악산을 찾는다는 친구가 생각난 건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혼자 지키던 토요일이었다. 당장 전화를 걸어 약속을 정하고, 소풍을 나서는 어린이처럼 그렇게 관악산을 처음 찾았다. 먼 발치에서 용의 등어리에 난 톱니처럼 삐죽삐죽 솟은 봉우리를 바라만보다가 직접 오른 관악산은 비록 620여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계곡 덕분에 ‘악’이라는 글자를 붙이기에 충분했다.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이라 불렀다는 설명과 함께, 원효, 의상, 윤필과 같은 신라시대의 고승이 암자를 짓고 수도를 한 것에서 유래가 디어 절 이름을 삼막사(三幕寺)라 짓고 그 산 이름을 삼성산(三聖山)-관악산과 이어진 봉우리다-이라 불렀다는 유래는 관악의 신비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입구 쪽에서 올라 인적이 드문 길을 따라 연주암에 오르고 과천 쪽으로 내려가는 식으로 산을 탔다. 정상에 오르니 지난주와 달리 하늘은 맑게 개어 북한산과 도봉은 물론 서해에 떠 있는 섬과 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최고봉인 연주대 쪽에는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마치 발아래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 숲처럼 보인다. 정상 곳곳에는 컵라면을 먹는 사람, 돗자리를 펴고 막걸리 잔을 돌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려오는 길목에 자리한 절에서도 독경소리와 함께 공양간 앞에는 뜨거운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제법 길다. 아침에 이곳에 오는 길에 지하철과 버스 안에 가득하던 등산객들이 풀어내는 ‘다이나믹 코리아’의 물결에 취해 쫓기듯 산을 내려온다.




지난주에 들렀다가 만족스러웠던 비빔밥집을 다시 찾을까하는 생각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안내문 하나에 눈이 번쩍 뜨인다. 우리 두 사람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냉면집을 찾았다. 두 명 이상이 등산복 차림으로 찾으면 공짜로 맥주 한 병을 준다는 음식점이다. 공짜 술이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지, 땀 흘린 등산 뒤라 그런 건지 구분은 안 가지만 위와 마음이 동시에 불러왔다. 식당 문을 나서려는데 등산복 차림의 손님 서너 명이 또 들어선다. 맥주 한 병을 원가로 따지면 얼마겠는가. 다른 음식점에 비해 등산로에서 떨어져 있다는 단점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마케팅이다. 게다가 공짜로 풀어진 마음 탓인지 술안주로 만두 한 접시 주문이 자연스레 나오니 고객과 주인장이 함께 즐겁다. 한잔에 청명한 하늘을 머리에 담고, 발아래 굽이치는 서해를 눈에 담고, 등산객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식당의 공짜 술을 위장에 담으니 풍성하기 그지없는 일요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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